분명 낯선 도시였는데, 해외에서 잠시 살다 오면 왠지 모를 향수가 생긴다.
고향은 분명 한국인데도 몹시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어떤 날은 몸살이 날 것처럼 커진다.
그때의 좋았던 추억과 이국적인 모습이 주었던 설렘, 현재의 삶에 대한 염증이 모두 모여 당장 거기로 날아가고 싶어진다. 다시 가고 싶은 도착지가 그 장소인지 그 시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공간으로써의 그곳
처음에 밴쿠버가 그랬다.
9개월 정도 머물렀던 밴쿠버가 내게 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공간이었다.
랍슨 스트릿, 스카이 트레인, 메인스트릿, 메트로타운, 그랜빌스트릿, 개스타운, 씨버스..
비오는 우울한 밴쿠버의 계절도 찬란하게 빛나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
스물 두 살, 나의 청춘이 빚어낼 수 있는 추억이다.
이제는 핼리팩스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.
도무지 정들것 같지 않았던 낯설었던 그 도시가 이제 내게 온통 그리움이 되어버렸다.
젊은 시절의 내가 남편을 만나 쌓은 즐거웠던 그 추억보다
우리 아이들과 함께 쌓은 추억이 더 단단하고 소중하기에
나에게, 우리 가족에게 핼리팩스는 향수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장소가 되는 것 같다.
우리가 늘 산책하던 워터프론트
매번 신이나서 뛰어다녔던 페기스코브
별을 보러 올라갔던 시타델 언덕까지
즐겁고 행복했던 그 날들이 오래도록 저장되길 바란다.